안새와 밖새
By Kim Hyesoon
차가운 바이올린 소리
쨍하게 얼어붙은 강물 위를 날아가며
얼음 밑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내려다보듯
새가 우리를 내려다보는 거지
그 새가 창문에 부딪히자
내게 일어난 증상
우유에 떨어지는 코피처럼
눈 내린 광장에서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춥지? 하면 아니! 하고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
바이올린 요람인가 너와 나
같이 열렸다 같이 닫히는
두 몸 사이가
오히려 살아 있는 듯
너무 귀해서 만질 수도 없는
투명하고 뭉클한 새가 우리 사이에 있는 듯
위에서 보는 마음이 아프다
식탁 위의 전등과 싱크대 위의 전등 스위치가 나란히 붙어 있는 것처럼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
책 표지를 넘기면 나타나는 하얀 빈 종이 위에
진통제로 몽롱한 선생님이 쓰신 글씨 두 개처럼
이 세상에도 저세상에도 문이란 게 하나도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이제야 느낀다
새가 날지 않으면 세상이 거울처럼 납작해진다는 것
그리하여 나의 새는 잠들어서도 날아간다는 것
그 새가 다시 유리창을 쪼는 동안
내게 일어난 증상
마치 얼음 밑에 갇힌
물고기를 바라보는 것처럼
걸어가는 너와 나
공중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
Notes:
Read the English-language translation, “Inside-Bird and Outside-Bird,” by Don Mee Choi.
“안새와 밖새” is from 날개 환상통. Copyright © 2019 by Kim Hyesoon. Originally published in 2019 by Moonji Publishing Co., Ltd. All rights reserved.
Source:
Poetry
(May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