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새롭게 죽을 고향과 새로운 무덤이 생겼다.
어둠을 오랫동안 만질 수 있는
머나먼 북구의 항구가 생겼다.

내가 태어난 고향이 나보다 먼저 죽어서
고향도 아버지에 불과하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지만
미련한 비유에 기대어 살기에도 지쳐서
잘게 떠는 손끝에 걸리는 술잔이 무거워서

해변으로 바다의 나이를 세는
파도가 밀려온다. 엄마의 붕대를 푼다.
피에 젖은 거즈가 밀려온다.
등을 돌리고 밀려온다.

내가 낳은 딸아이의 고향은
수평선 위에 꽃이 피는 먼 나라이기 때문에
내가 태어난 마을과 쑥스러운 국적을 잊기로 한다.
죽은 나무에 물을 주듯이
죽은 나무에 내 손의 떨림을 기울여주듯이
잊기로 한다.

방파제에 앉아 삶은 문어를 들고
삶은 방파제를 떠올리다 낚싯바늘에 걸린
잡어처럼 피식 웃는다. 딸아이의 발가락에
모래가 낀 것 같지만 파도가 센 것이 꼭
모래의 나이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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